[빛과 소금-노희경] ‘수능 실패자’란 없다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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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진로적성센터 댓글 0건 조회 1,826회 작성일 19-03-08 16:00본문
[빛과 소금-노희경] ‘수능 실패자’란 없다
며칠 전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친구와 나눈 대화를 엿들었다. “지원아, 넌 학원 몇 시에 가?” “7시.” “그럼 몇 시에 와?” “10시.” 둘 사이가 잠깐 조용한가 싶더니 아들이 또 물었다. “지원아, 넌 학원이 좋으냐?” “좋겠냐?” “나도 젤로 싫어.” “난 학원이 없었으면 좋겠어.” 아들은 몇 달 전부터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수영을 배울 때도 그랬다. 물론 지금은 모두 관뒀지만 당시엔 나중을 위해 악기 하나쯤은 배워두는 게 좋다거나 건강을 위해 운동은 꼭 해야 한다며 계속 밀어붙였다. 아이들이 짠하단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부터 영어 학원을 시작으로 예체능 학원을 꼭 보낸다. 맞벌이 부부는 자녀를 맡길 곳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학원으로 아이들을 돌리기도 한다. 오랫동안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고 수학을 공부했다면 우리 아이들은 모두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모는 학원이 실력 없어서 그런 거라며 아이를 다른 학원으로 옮긴다. 사교육비는 계속 들어가고 아이들은 쳇바퀴 돌 듯 학원에 간다. 어떤 아이들은 ‘학원 기피증’에 걸리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반 강제적으로 많은 학원을 다니다 보니 학원가기를 꺼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결단을 못 내린다.
진로교육전문가 한국진로적성센터 대표는 우리 사회가 일류지상주의, 학벌지상주의이다 보니 성적으로 아이를 평가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재능과 적성은 무시한 채 오로지 시험 점수만을 강조하며 ‘일류대’ ‘1등’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양몰이’를 하는 식의 교육 방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책 ‘자녀의 미래를 디자인하라’에서 “세상 교육은 성과만 가르친다. 아이들을 모두 한 방향을 향해 달리게 한다. 한 방향만을 정해 놓고 뛰라고 하면, 1등은 한 명밖에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온 사방으로 뛰라고 하면 달리는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부모가 정한 한 개의 답만을 강요했을 때 그것을 찾지 못한 아이는 큰 상실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삶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정답’이 아닌 ‘해답’으로 삶을 풀어야 한다. 자신의 재능대로 살면 누구나 1등을 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행복하게 사는 것은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물론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청거려도, 또 아이가 힘들어하는 줄 알면서도 학원에 보내는 것 역시 내 아이를 위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아이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성경은 말한다.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시 127:3) “주께서 내 내장을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만드셨나이다.”(시 139:13) 하나님은 모태에서부터 우리 아이들을 빚으셨다. ‘내 아이’이기 전에 하나님의 생명이고 선물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이미 아이의 유전자 속에 꿈과 재능 비전을 심어주셨다. 부모는 하나님의 선물인 아이를 마음대로 조종하고 통제할 수 없다. 하나님의 뜻에 맞게 양육해야 하는데, 절대 하나님과 자녀보다 앞서가서는 안된다. 그러니 아이들을 믿고 그들의 선택을 기다려줘야 한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부모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린다. 아이를 위해 지금 어떤 기도를 드리는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해 달라, 좋은 성적을 받게 해달라고 기도하지는 않는지…. 수능 이후 분명 누군가는 웃고, 또 누군가는 울게 된다. ‘수능 실패자’라며 낙심하는 아이도 분명 나올 것이다. 수능에 실패란 없다. 수능은 우리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스스로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과정일 뿐이다. 오늘부터라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기도의 제목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하나님의 선물인 아들 동훈이가 좋아하는 일을 찾게 해주세요. 그러다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갖게 도와주세요. 좌절하고 낙심하고 있을 때 주님께서 찾아와 동훈이를 위로해주시고 일으켜 세워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노희경 종교2부장 hkroh@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17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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